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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7년, ‘더불어 사는 경험’이 가장 큰 수확
  • 김항룡 기자
  • 등록 2013-10-04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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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다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온 허달호 울산사회적기업협의회장

▲ 울산 사회적기업 협의회장 허달호   


[울산뉴스투데이=김항룡 기자] “그동안 뭔가를 이뤘다기보다는 더불어 산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도 기쁩니다.” (사)울산사회적기업협의회 허달호 회장의 말이다.


울산에 사회적 기업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였다. 2006년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듬해부터 사회적기업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 2013년엔 860여 개로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울산에도 56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사회적기업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햇수로 7년,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앞장서온 허달호 회장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그리고 사회적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울산뉴스투데이>는 지난달 허달호 회장을 심층 인터뷰했다.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곳인가.


“사회적기업 역시 수익을 위해 활동한다.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다. 사회적기업을 흔히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 또는 착한기업’이라고 말한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라고도 한다. 사회적 목적을 위해 세워지고 발생한 수익을 사회적목적이나 가치 창출을 위해 재투자하는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 


“울산에 와서 공장에 취직했고 처음 했던 것이 노동운동이었다. 2000년대 초반엔 환경운동을 했다. 당시 울산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바로 환경문제였기 때문이다. IMF를 겪으면서 시민사회는 다양한 새로운 문제와 직면하게 되는데 경제 양극화와 고용문제가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정부 및 시민사회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문제는 사회적경제 확산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까 사회운동에 경험이 있었던 제가 사회적기업 일을 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우연이었다.” 


-현재 하는 일은.


“산모도우미를 파견하는 사회적기업인 ‘도우누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울산사회적기업협의회장으로 취임하면서 56개의 인증사회적기업이 울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울산지역 사회적기업의 현실은 어떤가. 


“사회적기업은 예비사회적기업과 인증사회적기업으로 나뉜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면 2년, 사회적기업이 되면 3년 등 모두 5년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다. 인큐베이팅 기간이 5년가량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비사회적기업이 모두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30% 정도만이 인증사회적기업이 된다. 지원이 끝나는 5년 뒤 살아남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울산은 조금 나은 편이다. 울산의 경우 예비사회적기업이 인증사회적기업이 되는 비율이 전체의 50% 가량으로 전국 평균치보다는 높은 편이다.”


-울산의 예비사회적기업이 인증사회적기업이 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


“인증사회적기업이 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울산지역 산업의 특수성과 관련이 깊다. 산업적인 특성상 일반 소비재를 취급하는 사회적기업보다 대기업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 많다. 자동차나 조선, 석유화학과 관련된 사회적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사회적기업 물품을 우선 구매해주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울산지역 대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인증사회적기업 비율을 높이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일반시민들도 사회적기업을 많이 이용하나.


“시민들이 언론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신 것 같다. ‘착한기업’ 등 대부분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공공근로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공기업과 일반 산업체들의 관심 정도는 어떻다고 보나.


“2012년 하반기부터 활발해졌다. 얼마 전에는 공공기관 구매를 주제로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각종 학교와 공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SK MRO, 현대중공업, 울산항만공사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소외계층만을 위한 존재하나.


“대표적인 오해이다. 사회적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꿈 많은 청년들이 진출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그들이 꿈을 갖고 많은 사회적기업에 진출한다면 사회적기업의 미래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10년 이내 사회적경제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대로 높아질 것이다.”


-단순노동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외면하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 이것도 오해인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이 창의적이거나 창업의 한 방법으로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청소, 간병과 같은 단순 일자리도 있지만, 디자인, 여행, 요리 같은 선망분야의 사회적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방과 후 학교 등은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에게 유용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생겨나는 만큼 젊은이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울산사회적경제협의회와 도우누리를 이끌면서 느낀 점은.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회적기업을 이끄는 일보다 사회운동 하는 것이 더 쉬운 것 같다. 사회적기업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사회적기업 간판을 내걸고 몇 년씩 유지하는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경심도 생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왜 해야 하나.


“지금은 양극화 시대이다. 과거의 사회가 3:7 또는 4:6의 사회였다면 이제는 1:9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위 10%가 대부분을 소유한다. 이 같은 1:9의 사회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청년들은 일할 곳이 없고, 퇴직을 앞둔 이들은 조금만 헛딛어도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크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적기업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포함하면 전국에 2,000여 개 정도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사회적기업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물론 이 중에서는 어려운 여건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으로 되돌아온다. 인간적인 대우나 민주적인 의사결정 측면에서 사회적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기업은 인간성 회복, 공동체의식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자리를 몇 개 만들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경험을 해봤다는 게 중요한 성과이다.”


-울산 사회적기업의 미래를 전망해본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기적인 사회적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만 잘되면 된다며 서로 협력도 않는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증가하는 것이다. 대기업을 파트너로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더불어 산다’것을 도착점으로 삼는 사회적기업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이기적인 사회적기업의 출현만큼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울산 사회적기업의 현안 과제는 무엇일까. 


“외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게 더욱 중요하다. 지원을 받더라도 유지할 능력이 없다면 어디까지나 시한부 인생일 뿐이다. 안정적인 기반을 갖도록 사업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기업 주체들은 대부분 도덕성을 중시한다. 민주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경영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사회적기업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경영능력이다. 사회적기업의 미래는 얼마나 우수한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달 행복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회적기업의 허브 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비슷한 곳이 전국에 10개 정도 있는데 민간주도로 만들어진 것은 울산이 처음이다. 사회적기업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과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


※울산사회적기업협의회 허달호 회장=196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9년 4월 울산으로 건너와 공장노동자로 일했다. 울산생명의숲,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남구지역자활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으며, 좌우명은 ‘더불어 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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