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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현의 BOOK CAFE] 오늘 아침에 마신 한 잔의 커피는 온전한 나의 의지인가
  • 서보현 기자
  • 등록 2014-10-10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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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은 없다? <자유의지는 없다>

▲ 샘 해리스 ‘자유의지는 없다.     © 울산 뉴스투데이
[서보현 기자의 BOOK CAFE] 오늘 아침에 마신 한 잔의 커피는 온전한 나의 의지인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 눈도 못 뜬 채로 비몽사몽 이불을 개고, 커피를 내린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단장을 한 뒤, 집을 나선다. 그리고 8시간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직장인과 학생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반복되는 일과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어서’, 즉 나의 의지에 따른 것인가?

물론 회사를 가야 돈을 벌고, 학교에 가야 졸업을 하니까 매일 지치더라도 힘든 몸을 깨워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직장과 학교를 빠지면 그 뒤의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을 인지한 뇌가, 아침의 당신이 알람 소리를 빨리 들을 수 있게 매일 밤 당신의 청각을 예민하게 설정해 놓는다면?

샘 해리스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해리스에 따르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이 아니다. 카페인이 부족한 뇌가 ‘카페인을 섭취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우리의 신체는 뇌의 명령에 따라 카페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오늘의 나는 왜 매일 마시던 달곰한 홍차 대신에, 쓰디 쓴 커피를 마셨을까?

이 책에서 샘 해리스는 “우리는 뇌가 매 순간 처리하는 정보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인식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뇌파검사(EEG)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간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인식하기도 전에 뇌의 운동피질이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인간의 뇌가 우리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이미 결정해 놓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해리스는 “이 같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80% 정도의 확률로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주체성’의 근본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자유 의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해서 내가 운명론자가 되지는 않았다. 실은 자유롭다는 느낌이 오히려 늘었다”다는 것이다.

뇌와 신체의 조화가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뇌의 필요에 따라 신체가 움직인다는 이 도발적인 주장은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행동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동시에 매력적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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