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보현의 BOOK CAFE]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일까?
  • 서보현 기자
  • 등록 2014-09-04 11:23:00

기사수정
  • 무차별적으로 정립된 '남성성'에 대한 고정적인 틀을 깬다, <남성성/들>

▲ R.W.코넬의 사회학 서적 <남성성/들>     © 울산 뉴스투데이
[서보현의 BOOK CAFE]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일까?


초음파 진단을 한 산부인과 의사의 알 듯 말 듯한 미소, 파란색, 로봇 장난감, 짧은 머리, 면도기, 군화, 단정한 넥타이. 이런 것들이 상징하는 것은 우리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대한민국 남자는 어릴 때부터 "남자는 남자답게"란 말을 심심찮게 듣고 자란다.
 
남자는 마론 인형을 갖고 놀면 안 되고, 쉽게 울어서도 안 된다.
 
회사에서 남자는 물통 같은 무거운 물건쯤은 척척 들어야 하며, 자정이 넘은 시각에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데려다 주기 위해서는 을씨년스러운 밤길도 혼자 다녀야 한다.

이 같은 남성적인 이미지는 그러나 누가 만든 것일까. 코넬(R.W.Connell)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다. 남성성이란 것은 과연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 사회는 왜 아무런 의심 없이 "남자는 ~해야 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코넬은 <남성성/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젠더(Gender․性) 연구'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만,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여성차별 등 젠더 문제에 관해 발언하는 책은 많았지만 '남성성'에 관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역설적인 이유다.

<남성성/들>은 '남성성들'에 관한 이론을 전개하는 1부, 오스트레일리아의 네 남성 집단에 관한 생애사를 다루는 2부, 남성성의 역사와 정치적 전망을 다루는 3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코넬은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동성애 등의 민감한 사회적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하지만 코넬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남성성을 한 가지 이상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남성성/들을 사고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코넬의 주장을 통해서 본 한국 사회 역시 '남성성'을 인식 내지 소비하는 방법은 획일적이다.
 
옷을 찢고 매끈한 근육을 뽐내는 퍼포먼스로 '옷확찢(옷을 확 찢는다)'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 남성 아이돌 가수는 한 여성 팬의 지속적인 성희롱적 발언으로 인해 결국 이 팬을 고소했다.

"노출이 심한 여자 가수를 좋아하는 나를 짐승같이 바라보던 어떤 여학우는 상의를 탈의하던 한 남성 개그맨을 보고 환호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남학생의 게시글이다. 

가부장적인 제도와 남아선호사상에 몸서리치는 2014년의 한국 여성들. 그러나 여성들의 목소리만큼 남성들의 목소리도 그 음량이 높아지고 있는지는 되돌아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하나 더. 올해로 70살을 맞은 코넬은 60대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성으로 살고 있다. 진정한 '남성성'이란 어떤 식으로 체현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울산뉴스투데이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
퐁당퐁당(생태교육 및 수족관 판매, …
해피코리아
한국수력원자력l주l
나누리 그린 하우스
LS MnM
에코누리
여천장애인보호작업장
(주)A&S
(주)울산리싸이클링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