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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옛간 박민 대표, 전통 참기름 제조비법 3대째 잇는 CEO
  • 서보현 기자
  • 등록 2013-11-06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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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북구 정자에서 전통 참기름 제조방법만을 고집하는 박민 대표, “전통의 자부심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 3대째 참기름을 판매하고 있는 '옛간' 박민 대표가 6일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울산 뉴스투데이
 
[울산뉴스투데이 = 서보현 기자] "100% 통깨를 찜누름 방식으로 생산하는 전통의 자부심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울산 북구 정자동에서 3대째 전통 방식으로 참기름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옛간의 박민 대표의 말이다.

요즘 정장은 불티나게 팔리는데, 한복집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피자와 파스타를 판매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밤 9시를 넘겨서도 붐비지만, 건너편 비빔밥집은 불이 꺼져 있다. 
 
우리의 생활양식은 점점 서구화되고 있다. 입는 것, 먹는 것에서부터 생활 문화까지 서구를 닮아간다. 어쩌다 우리의 전통, 또는 옛것을 입에 담을라치면 고리타분하다며 외면받기 일쑤다.
 
이런 현실속에서 일반 식품업계는 물론, 참기름까지 대기업이 진출, 대량 생산체계와 전국 유통망을 갖추고 저가공세로 저인망식 판매를 하는 상황에서 박민 대표의 도전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느껴진다.
 
특히 그가 고집하는 전통 방식은 일반화된 대량생산시스템에 비해 참기름의 질은 좋겠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떨어지는 것으로 자본주의 보편적 논리에서 볼때 분명 박 대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한 젊은 사업가'일뿐이다.   

"아버지께서 힘드신데도 계속 참기름 작업을 하셔서 제가 '이제 그만하고 쉬시라'고 2년 넘게 설득을 했죠. 하지만 부모님의 확고한 신념, 전통 참기름을 지켜야 된다는 그 신념에 제가 결국 졌습니다. 전통 참기름을 지키려는 부모님의 일을 가업으로 이어 간다는 것이 정말 가슴 뛰는 일임을 시작하고 나서 깨달았죠."

박 대표는 "부모님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며 해맑게 웃었다.
   
▲ 울산 북구 정자동에 위치한 '3대째 참기름 짜는 집' 옛간.     © (주)옛간
 
“전통의 자부심을 지키고 싶었어요. 지중해의 올리브유에는 그토록 열광하면서, 왜 우리의 참기름은 외면받는 걸까. 그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품질로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옛간의 참기름은 7차례의 선별 과정을 거친 참깨로 착유된다.     ©울산 뉴스투데이
옛간이라는 이름은 박 대표의 조부가 세운 ‘정자옛날방앗간’에서 따왔다.
 
울산 북구 정자동에 터를 잡고, 1959년부터 시작해 3대째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참기름 제조 방식에 대한 박 대표의 자부심이다. 

옛간은 7차례의 과정을 통해 참깨를 선별한다. 진한 향기의 참기름은 통통하고 윤기 나는 참깨로부터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깐깐하게 선별된 참깨는 세척 과정을 거쳐, 특별 제작된 솥에서 천천히 볶아진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도록 볶는다. 참깨의 향과 성분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이다.

▲ 참깨는 천천히 볶이고, 압착하는 과정을 거쳐 참기름으로 탄생한다.     ⓒ 울산 뉴스투데이

볶은 참깨는 압출 과정을 거쳐 병에 담겨 판매된다. 옛간은 참기름병 포장을 100%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뚜껑 쪽을 정성스레 한지로 감싸고, 옛간 상표가 붙은 삼줄을 두르면 '효자상품' 옛간표 참기름이 탄생한다.

▲ 옛간의 직원이 제조 완료된 참기름병을 하나 하나 포장하고 있다.     ⓒ 울산 뉴스투데이

“할아버지가 하시던 방식 그대로 참기름을 생산합니다. 옛날 방식인 ‘찜누름기법’을 그대로 고수하다 보니 시간은 오래 걸리죠.
 
하루에 1,500병이 최대로 만들 수 있는 생산량입니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을 포기하면 생산량은 늘릴 수 있지만, 품질은 확 떨어져요. 진한 향기와 고소한 맛에 이끌려 저희 제품을 찾던 소비자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습니다.”

옛간은 기존의 식품회사들이 개척한 유통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품질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한다. 참기름 본연의 고소한, 입맛을 돋워주는 그 맛만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소비자들은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전통의 방식을 버리지 않을 겁니다.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기술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참기름은 저희의 방식대로 만들었을 때 최고로 맛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전통의 방식이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낸다면 고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실제로 옛간은 지난 2일부터 울주군 범서읍 굴화하나로마트에서 독자적인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박 대표가 ‘향기 마케팅’으로 명명한 이 행사는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옛간 참기름의 향기를 맡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참기름보다 비싸지만, 진한 참기름의 향기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결과는 5일 만에 500여 병 판매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이어졌다.

참기름이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옛간은 바빠졌다. 올해에만 경남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권 인사들이 선물용 세트를 찾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또 우리나라의 문화를 선도하는 서울 강남 지역의 유명 요리사들과 함께 협업해 참기름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 옛간은 참기름뿐만 아니라 들기름, 곡물가루, 선식 등 다양한 종류의 전통식품을 판매한다.     ⓒ 울산 뉴스투데이

박민 대표는 '장인의 기술과 울산의 전통'이라는 이야기를 입혀 참기름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오늘도 참기름 한병 한병에 '장인의 혼(魂)'이 담긴 것을 알아줄 고객을 만나기 위해 울산의 각 백화점과 마트를 훑어보며 경영 전략을 세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끝임없이 노력하면서 이젠 우수하고 다양한 제품 종류까지 갖춘 옛간, ‘정자옛날방앗간’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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