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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사회적기업 탐방] "우리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아요"
  • 서보현 기자
  • 등록 2014-07-21 1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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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에서 한 몫을 담당할 수 있는 장애인, ‘재활’이 아닌 ‘자활’ 꿈꾸는 로뎀직업재활센터를 방문하다
▲ 부산 사회적기업 '로뎀직업재활센터' 간판을 배경으로 전 직원이 포즈를 취했다.  밝은 표정과 웃음이 익살스럽다.   © 울산 뉴스투데이

[울산뉴스투데이 = 서보현 기자] “안녕하세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뚝딱뚝딱, 여린 손으로 꼼지락대며 무언가를 조립하고 있던 장애인 20여 명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천둥을 동반한 기습 호우가 내리던 바깥과는 달리 맑게 갠 햇볕이 내리쬐는 느낌이었다.
 
◆ 못 미더운 소비자의 마음, 충분히 이해해…그로 인해 더 열심히 뛰는 계기가 돼

18일 만난 로뎀직업재활센터(이하 로뎀) 박창현 사무국장 역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분위기가 화사하다는 말에 그는 “우리 근로자들이 워낙 긍정적이다”며 한껏 웃어 보였다.

로뎀직업재활센터는 지난 2009년 10월 개원했다. 2년 뒤인 2011년 지금의 사업 영역인 소독방역사업과 향초 제조 사업의 틀을 구축했으며,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2012년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다.

로뎀은 이런 큰 줄기의 사업 영역 기획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고용창출, 양질의 제품 생산, 이윤 극대화, 높은 임금, 완성도 있는 직업 훈련….
 
로뎀은 1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싶었고, 또 제대로 된 임금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었다.

“아무래도 ‘장애인이 소독작업을 한다’, 또 ‘장애인이 만드는 향초’라고 한다면 소비자들이 못미더워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기억력이 월등히 좋다고 알려져 있는 자폐성 장애의 경우를 보면, 작업 과정을 매뉴얼화해서 기억하기 때문에 작업 속도는 더디지만 완성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소비자의 불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완벽을 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로뎀은 이런 노력의 하나로 소독방역 사업의 경우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사후관리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예컨대 로뎀이 소독작업을 진행한 한 건물에서 벌레가 출현한다면 그 벌레가 완전히 박멸될 때까지 몇 번이고 출동해서 추가소독방역을 진행한다. 기존의 소독방역업체가 사후관리 기간을 평균 3개월 정도로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로뎀의 사후관리는 더욱 특별해진다.

 
▲ 로뎀직업재활센터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소독방역' 작업 모습. 소독 작업을 하면서 주변 세상과 만나는 경험은 '덤'이다.     © 울산 뉴스투데이


박창현 국장은 또 장애인들이 진행하는 소독방역 작업과 향초 제작 작업의 한계를 기술적인 부분으로 극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로뎀에서 활용하는 소독약과 기계, 도구는 될 수 있는 대로 항상 최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콩 왁스를 활용해 만드는 향초는 그 배합법이 현재 특허로 출원된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신뢰를 얻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 로뎀직업재활센터에서 콩 왁스를 활용해 제조하는 '로뎀나무' 향초. 이들만의 콩 왁스 제조법은 특허가 출원된 상태다.     © 울산 뉴스투데이


◆ 그들과 우리의 거리, 가깝고도 멀다

로뎀의 소독방역 사업은 부산 시민의 발인 지하철에까지 닿아 있다. 하지만 많은 부산 시민이 다녀가는 지하철은 로뎀의 장애인 근로자에게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낯설고도 무서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지하철 방역작업은 주간, 야간으로 구분돼요. 야간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정도까지 진행돼서 많은 시민을 직접 만날 일이 적지만 주간의 경우는 다르죠.
 
그럴 때 확실히 느껴요. 아, 시민들이 장애인 근로자들을 어려워하시는구나.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장애인 근로자를 어려워하기보다는 장애인 근로자가 어떤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시는구나, 하고 느끼죠.
 
우리 근로자들도 다 느낍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안타깝다며 동정에 어린 시선을 던지고 가시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인 건 알지만 그런 시선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어요.”

박창현 국장은 그래도 점차 시민들의 시선은 ‘일상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특별함’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그들에게는 일상, 그러니까 ‘아무렇지 않다’는 단어가 한없이 소중하다.
 
◆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도전한다.”

현재 로뎀이 생산하고 있는 향초는 사회적기업 복합매장 ‘스토어 36.5’에 진출,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판매되고 있다. 
 
▲ 로뎀직업재활센터에서 진행하는 '캔들아카데미' 수업 모습. 로뎀은 자신들의 향초 '비법'을 이런 자리에서 살짝 공유하기도 한다.     © 울산 뉴스투데이

 
수도권에 비해 향초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은 부산에서 판로를 뚫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로뎀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콩 왁스가 연소하면서 나는 향기가 언젠가는 부산 시민들의 지친 어깨도 위로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아무래도 근로자 분들이 이전에는 ‘신기루’같이 그냥 상상만 했던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일례로 어떤 근로자 분은 카레이서가 꿈이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는데, 사실 이루기 힘든 꿈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이 분이 작업장에 다닌 뒤로 어느 날 운전면허를 따오신 거예요. 카레이서가 되려면 운전면허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면서.
 
그분 집에서도 난리가 났죠. 운전면허를 땄다는 자체가 기쁘기보다는, 꿈을 향해 한 발자국 전진한 모습이 기쁜 거예요. 그 때 느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는 것을요.”

근로자의 재활이 아닌 자활을 돕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는 로뎀.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건물 바깥 간판을 배경으로 모두가 일렬로 섰다. “브이 해라, 브이!” “잘 나와요? 브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차게 쏟아지던 비는 그들이 함께 서 있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쳤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로뎀직업재활센터 = 부산광역시 북구 의성로 109번길 8, 051-343-7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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