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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명(明)나라의 화포와 미국의 미사일
  • 울산 뉴스투데이 기자
  • 등록 2011-12-21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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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에 무기 기술을 넘겨주지 않았던 명
▲     © 울산 뉴스투데이
1593년 1월 7일, 이여송이 이끄는 명군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지키고 있던 평양성을 공격하여 탈환했다. 일본군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고 대동강을 건너 남쪽으로 퇴각했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시작된 이래 연전연패하던 전세가 처음으로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일본군에 쫓겨 의주까지 내몰렸던 선조와 조선 조정은 감격했다. 살아 있는 이여송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짓고 그의 화상을 그려 봉안했을 정도였다.
 
명군이 평양성을 탈환할 수 있었던 것은 화포의 위력 덕분이었다. 명군이 보유한 불랑기포를 비롯한 각종 화포들은 일본군의 혼을 빼놓았다. 일본군이 자랑하는 조총은 명군의 포격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도주하는 일본군을 쫓던 이여송은 실수를 저지른다. 추격에 급급하여, 기동이 곤란한 화포부대를 배후에 둔 채 기마대만으로 진격하다가 일본군의 역습에 휘말렸던 것이다. 조총을 가진 일본군에게 화포가 없는 명군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화포와 조총의 위력을 절감했던 조선은 명과 일본의 앞선 화기 기술을 배우기 위해 부심했다. 명군 장졸들을 우대하면서 화약 원료인 염초 제조법과 포술(砲術)을 익히려 시도했고 명군의 선진적인 병서를 입수하기도 했다. 또 항복하거나 귀순한 일본군 병사들(-降倭)로부터 조총 관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부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명은 조선이 원하는 군사 관련 기술을 호락호락하게 전수하려 들지 않았다. 염초 제조법은 물론이고 화살에 바르는 독을 만드는 비법 등을 알려주지 않았다. 조선은 명군 장졸들을 통해 독 제조법을 알아내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명은 자국 군대를 철수시킨 뒤에도 화포와 화포 관련 기예가 조선으로 넘어갈까봐 노심초사했다. 전쟁 이후에도 조선에 사람을 보내, 과거 명군이 주둔했던 지역에 남겨져 있던 화포들을 빠짐없이 명으로 실어갔다. 조선이 ‘은인’으로 추앙하고 있던 명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통제와 한반도의 미래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는가? 얼마 전 진행되었던 미사일 관련 협상에서 미국은 또 다시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정 거리를 300 킬로미터로 묶어버렸다.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은 여전히 “한국 미사일의 사정 거리가 늘어나면 중국, 일본, 북한 등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란다. 중국과 일본이 모두 우주 공간까지 날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갖고 있고, 북한 미사일의 사정 거리가 이미 수천 킬로미터에 이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미국 내부에서조차 “조만간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주변국 자극’ 운운하면서 한국을 견제하는 것은 한편의 희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무슨 이유로 한국 미사일의 사정 거리를 300 킬로미터 이내로 묶어 놓으려 하는 것일까? 유사시 한국이 인접국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대신 반격해 준다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을 영원히 ‘미국에 순종하는 무기 수입국’으로 묶어 두려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거리 미사일로 상징되는 ‘강대국의 이너서클’ 속으로 한국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속내 때문일까? 
 
강대국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현실에서 미사일은 생존을 위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전략 무기이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한 주변국 앞에서 언제까지 300 킬로미터 짜리 미사일로 ‘안보’와 ‘생존’을 운운할 수 있는가? 나라를 구하겠다며 분연히 일어섰던 10만의 동학 농민군이 몇백 명의 일본군 앞에서 도륙되었던 것이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죽창으로는 근대식 소총을 당해낼 수 없었다. 역사의 교훈은 한 번으로 족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미사일 협상에 다시 나서야 한다. 협상에 임하는 태도와 전략 또한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또한 한국을 ‘동맹국’으로 생각한다면 종래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동맹국의 도리이다. 명실이 상부하지 않은 동맹은 언젠가는 균열이 가기 마련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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